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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713-8267 (Print)      |      ISSN 2713-8275 (Online)

 

59집 | 삶과 시간, 그 변화의 체험주의적 해명 (표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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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21-11-25 11:04 조회1,1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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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동물들과 다르게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서 감각자료의 패턴을 재구성한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물리적 경험이든 기호적 경험이든 간에 각자가 경험한 자료들의 특징들로부터 시간 개념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인식이 노동방식의 변화에 따라 그 시간관념이 변화하고, 그것은 인간의 삶과 민속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는데 주요한 요인이었음을 체험주의적인 측면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먼저, 시간은 사건들과의 상호관계에 근거한 환유적 과정에 의해 형성되고, 공간상의 운동에 근거한 은유적 과정에 의해 개념화되었다. 농경시대 인간은 농사를 준비하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체의 이동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것을 공간이동식 시계가 실현시켜 준 것이다. 공간이동식 시계는 태양의 이동이나 물의 흐름을 통해 측정하는 시계로, 해시계와 물시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시계가 단위로 세분화되어 측정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자연력이자 생업력인 절기(節氣) 중심의 시간체계가 형성되었다. 그것은 농업노동에 근거하여 시간관념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고, 자급자족의 삶과 그리고 전통과 혈연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대가족의 삶의 협력체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대가족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노동이 민속의 물리적 기반의 역할을 하고, 시간민속에서 조상신을 위한 세시의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만들었으며, 성장민속에서 의례적 장소인 가정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선택하여 가족주의적이고 내부지향적인 주체 중심의 의례가 거행되도록 했다. 그리고 민속놀이는 오신적인 성격이 강하고, 민속신앙이 신 중심의 삶의 체계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두 번째, 산업사회의 현저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자원으로, 특히 돈으로 개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식 시계가 시간 길이나 양의 계량화를 체계화시키고, 시간의 규칙적인 활용을 통해 삶의 효율성을 확대시키며, 현세적인 삶을 바탕으로 한 자연과 종교 중심에서 진보적이고 인간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삶의 시간을 중요하게 한다. 산업노동을 근거로 한 산업사회가 농촌인구의 감소와 도시화를 가속화시키고, 특히 농어촌의 전통가족을 약화시켜 핵가족을 확산시켰다. 그것이 민속현상을 적지 않게 객체 중심의 외부지향적이고 물질적 행사로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예컨대 성장민속인 일생의례에서 의례시기가 공휴일이나 주말 중심으로 이동하고, 의례공간이 집에서 집 밖으로 이동하며, 의례 주인공보다 하객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택신앙에서 가정의 각 공간에서 행해졌던 신앙적 행위가 약화되어 그 의미와 전통은 고사문화로 이어지고, 마을신앙은 종교적 의미가 약화되고 축제적인 의미가 부각되어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명분을 토대로 문화재화 되고 있다. 또한 시간민속에서 농업노동보다도 산업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세시행사가 더욱 확대되고, 세시명절이 공휴일 혹은 국경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계층과 직종, 연령대의 기념일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세 번째, 지식정보산업사회는 시간의 양을 줄이고 많은 정보를 수용하려는 욕망이, 즉 이동의 속도를 중요시 여기는 삶의 태도를 갖게 하였다. 공간 이동의 거리뿐만 아니라 이동의 속도를 강조하는 시간관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시간을 물질로서만 인식한 것이 아니라 속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더욱 세밀한 시간 측정 단위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기계식 시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자식 시계만이 가능하다. 오늘날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전자식 시계가 <시간의 판매>라는 개념을 불러일으키고, 전략적인 시간활용과 시간관념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지식정보산업사회 도시에서는 전통과 현실을 접목한 새로운 가족 형태인 수정가족이 등장한다. 가족형태의 변화 속에서 민속이 형태적인 축약이나 그 본질적인 의미 변화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농사풍요를 기원하고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했던 마을신앙이 문화재화 되고, 그것을 <전통마을 만들기> 소재로 활용하거나 지역축제의 소재로 활용한다. 그리고 민속놀이가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주술적인 목적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삶과 놀이가 문화재와 문화유산으로, 다시 축제프로그램화 혹은 영상물화 되어가면서, 민속놀이가 갖는 본래 기능보다도 상업적 공연물로서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민속신앙 혹은 민속예술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도 이루어지고, 방송의 시청이나 무대 위의 공연에 적합한 문화예술 공연상품으로 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제어 : 시간개념, 공간 이동, 공간이동식 시계, 시간이 자원, 기계식 시계, 시간의 판매. 전자식 시계, 민속의 지속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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