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집 | [52집] 이병기 「濟州ㅅ길에」에 재현된 공간의 양상과 의미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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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18-06-07 14:45 조회3,34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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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작가이자 문화민족주의자인 이병기(李秉岐, 1891~1968)는 박한영(朴漢永, 1870~1948), 권덕규(權悳奎, 1890~1950)와 더불어 1924년 7월 31일부터 8월 12일까지 제주에 다녀왔다. 이병기는 이때의 체험을 재현한 시조 「濟州ㅅ길에」를 지어 1924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東亞日報)』에 발표했다. 「濟州ㅅ길에」를 개괄적으로 검토하고 「濟州ㅅ길에」에 재현된 공간의 양상과 의미를 고구하는 이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병기 일행의 제주 기행은 1920년대 문화운동의 일환이며, 목적지는 민족의 성지 중 하나인 한라산이다. 「濟州ㅅ길에」는 이병기의 제주 기행 체험을 투영한 『가람日記』 삽입시조를 초고로 하여 9개 부제 아래 20수로 완정되어 있으므로, 그 갈래를 내용상 기행시조, 형식상 연작시조로 분류할 수 있다. 「濟州ㅅ길에」의 내용은 이병기의 제주 기행 체험을 시간순으로 재현하고, 이병기가 체득한 영산강 유역-제주의 인문지리 정보를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濟州ㅅ길에」는 이병기가 현재의 관점에서 관찰한 조선의 자연 공간, 역사적 공간, 신성 공간 및 조선인의 일상 공간을 담고 있다. 이 공간들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영산강 유역-제주를 중심으로 지리적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된, 새로운 조선의 국토의 표상을 독자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이로써 이병기는 자신과 독자들이 새로운 조선의 국토의 표상을 통해 조선인으로서 자아를 재발견하고, 조선인의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