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집 | 기호자본주의 시대 사회적 질병으로서의 정신질환에 대한 분석과 이야기를 통한 사회적 치료의 가능성 고찰 - ‘해석자들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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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20-12-10 17:56 조회1,856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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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 다양한 기호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적 존재, 즉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것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디지털 기호화된 정보가 넘쳐나는 기호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노동은 추상적 기호의 생산과 교환을 통해 자본을 창출하는 ‘인지 노동’으로 대체되었다. 가상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는 인지노동은 우리의 감정에너지를 직접으로 착취하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체제는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면서 일로부터의 소외보다는 ‘경쟁으로부터의 도태’라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구조는 우리 모두를 ‘결국 무능한 패자’로 만들어 버리지만,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경쟁의 구조 속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쌓은 절망과 그에 대한 분노의 출구를 찾는다. 그러는 사이 과부하에 걸린 우리의 신경체계는 마침내 한계점에 도달했고, 결국 양극성 장애, 조현병,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신건강은 단지 향정신성 약물의 처방과 상담을 통해 개인의 고장 나고 비뚤어진 내면을 바로 잡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내면의 뒤틀림과 왜곡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적 구조로부터 야기된 정신적 질병들을 개인의 내면에 대한 치유로만 극복할 수 있을까? 승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경쟁주의적 문화의 이야기 대신, 그 실패와 아픔을 부여잡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이야기의 구성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 치유와 해방을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본고에서는 우리 시대에 만연하고 있는 정신질환의 문제를 기호자본주의 혹은 인지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살펴보면서 ‘이야기’와 해방의 해석학, 즉 ‘해석자들의 공동체’를 통해 기호자본주의 시대 ‘인지노동자들’(cognitariats)의 불안정한 정신건강과 우울증적 증세의 치유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 보았다.
주제어 : 기호자본주의, 정신질환, 이야기, 해석자들의 공동체, 인지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