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집 | 『비』의 공간과 구조 (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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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23-05-23 14:51 조회73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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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소재로 1912년 베이징에서 간행된 세갈렌의 첫 시집 『비』는 반세기가 지나서야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 모음집은 ‘남면’, ‘북면’, ‘동면’, ‘서면’ 및 ‘중앙’이라는 동양의 전통적인 5방에 ‘길가’ 혹은 ‘곡직’이라는 한 그룹이 더해져 전체 6부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에 4개의 방위들은 각각 ‘황제’, ‘우정’, ‘사랑’, ‘전사 혹은 영웅’ 등의 주제를 띠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 배치한 것이었다. 각 시편은 비석의 형식을 수용한 작품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세갈렌에게서 ‘비’란 현실의 비석임과 동시에 비석을 닮은 시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시집의 구조는 그동안 4방위에 중국적인 가치가 부여되어 있다는 발상을 기반으로 이해되어 왔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이 4방위와 「곡직」, 그리고 「중」에 이르는 다층의 질서가 보다 긴밀한 체계를 이끌고 있다고 보았다. 4방위의 비석들은 각자가 맡은 주제를 심화하다가 결국 그 존재와 이름을 회의하면서 점차 ‘중앙’으로 나아가려 한다. 「곡직」은 그러한 이행을 보여주는 중간 단계의 시들로서, 4각과 원을 같이 아우르려는 상징적인 표상에 닿아 있다. 「중」은 이상의 것들을 다 통합하기 위해, 질서를 부정하고 뒤집으려 하지만, 이 드높은 제국에서도 존재와 이름은 항구적인 것이 아니며, 부재와 회피 속에 그 본질이 성립한다.
이 논문은 비석들의 이러한 배치와 시집의 전체 구조를 포괄하는 영감의 원천에 『예기-명당위』가 있다고 추정하고, 그런 추정의 이점과 근거를 밝히고자 했다. 동양적 공간의 시적 적용은 프랑스 시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양 시를 통해서 동양적 공간의 의미가 재인식된다는 점에서 세갈렌의 능동적 이국주의의 한 성과라 볼 수 있다.
주제어 : 세갈렌, ????비????, 비석, 방위, 5방, 곡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