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집 | 다성(多聲)의 변주 : 디드로와 쿤데라의 자크(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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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25-05-26 10:29 조회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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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는 디드로의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을 연극으로 변주하면서 다성의 기법을 활용한다. 바흐친에 따르면 다성 소설은 여러 개의 독립적이고 고유한 의식들의 대화로 구성되며, 디드로의 소설은 완벽한 다성 소설의 예시이다. 쿤데라는 이러한 다성성을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연극이 일반적으로 다성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장르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쿤데라는 디드로의 소설을 연극으로 변주하기 위해 무대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하였다. 무대의 전면은 현재의 행위가 진행되는 공간이며, 후면은 과거의 일화를 재현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 구분을 통해 쿤데라는 소설에는 존재하지만 연극에는 부재하는 화자를 등장시키고, 화자와 등장인물 간의 대화, 등장인물 간의 대화,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층위의 대화를 시도한다.
또한 쿤데라는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변주하는 방식을 통해 극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 여인숙 여주인에게 폼므레 부인의 역할을 맡기거나, 자크가 후작의 역할을 대신하는 장면은 등장인물의 정체성과 목소리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며, 극에 예상치 못한 반전과 깊이를 더한다.
쿤데라의 이러한 시도는 디드로 소설의 다성적인 특징을 연극 공간에서 재창조하려는 다양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쿤데라는 디드로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문학 작품이 어떻게 다른 시대, 다른 장르, 다른 작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예시를 제시한다.